기후변화센터와 아시아나항공사는 지난달 12일 국내 최초로 승객들의 항공여행 탄소발자국을 자발적으로 상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승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대해 일부 또는 전체를 상쇄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항공예약 때 승객이 비행 날짜 정보를 입력하면 운항노선, 항공기 형태 등을 고려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방법론에 따라 배출량이 계산된다. 이렇게 발생한 탄소량은 기후변화센터가 운영하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 ‘아오라(AORA)’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탄소감축 활동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탄소를 상쇄할 수 있다. 탄소감축 활동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치, 바이오매스 활용 조리기구 보급, 조림 등의 흡수원 확대 등으로 여기에서 발생한 탄소상쇄 크레딧의 양을 구매해 본인의 여행으로 발생한 탄소발자국을 없애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아시아나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러한 활동은 국내에서는 최초지만 싱가포르항공, 브리티시에어라인, 터키항공 등 해외 다수의 항공사들이 몇 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잘 아는 것처럼 항공기의 특성상 사용되는 연료에 의해 다른 교통수단 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높다. 유럽환경청의 2014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88명이 탄 비행기가 1km를 이동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승객 1명당 285g으로, 같은 조건의 150인승 기차(14g)에 비해 20배에 달한다. 더 나아가 항공기는 고도를 높일수록, 싣고 가는 짐의 양이 많아질수록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2016년 ICAO는 항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이를 초과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항공사는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이 규제는 2027년부터는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인 단거리 비행 국내선에 대해 운항 금지 조치 법안을 발효했다. 프랑스 하원은 2021년 5월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 금지’를 포함한 ‘기후와 복원 법안 (Climate and Resilience Law)’을 통과시켰지만, 단거리 비행 기준에 대한 추가 논의를 거쳐 이번에 발효했다. 당초 이 법안을 제안한 ‘프랑스 기후 시민 협약’은 기차로 4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대해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으나, 항공사 에어프랑스, KLM항공과 일부 지역의 반대에 따라 항공편 운항 금지 기준이 기차로 2시간30분 거리로 줄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 법안 시행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필수 단계라며, 강력한 노력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마다 신규 공항건설을 단골 공약으로 내세우는 데 우리나라의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감안한다면 정치인들의 공약도, 시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항공사들의 상쇄 활동을 지원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은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와 같이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는 탄소시장과는 달리 기업, 지자체, 개인들의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을 지원하는 시장이다. 교토의정서 당시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파리협약 6조가 구체화되고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점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 지구적 목표인 1.5도를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서 가능한 많은 온실가스 감축·흡수제거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기업들도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생긴 것이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고품질 상쇄 크레딧, 즉 환경건전성이 높은 상쇄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감시하고 기준을 제시하는 자발적 기구들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리고 생성된 탄소크레딧이 상쇄 활동에 여러 번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즉 탄소 감축이 제대로 되는 지를 보장하기 위해 탄소상쇄등록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은 12.7톤으로 세계 평균(4~5톤)의 3배에 달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의 수출 기반 국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들의 동참이 필수적다. 의식주 활동으로 내가 발생한 탄소발자국이 얼마인지, 이를 줄이려는 다양한 활동들이 정량적으로 계산되고 더 많이 줄인 사람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진다면 시민들의 동참이 활발해질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도 그런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지자체, 시민들이 협력해서 기후위기를 늦추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다양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