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과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NDC(국가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전환, 산업, 국제 감축 등 부문별 감축목표를 조정했다. 감축 준비가 안된 산업 부문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목표를 낮췄고, 국제 감축 부문은 2030년에 3,750만 톤을 확보해야 하는 상향 목표치를 부여받았다. 당시 파리협약 6조2항에 기반해 우리 정부와 양자협력을 맺은 국가는 베트남 한 나라뿐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덕분에 20개 이상의 국가와 양자협약을 맺어 국제 감축으로 10년간 1억톤을 NDC 목표에 활용하겠다고 제시한 일본에 비해 터무니없이 준비가 안 된 건 사실이었다.
양자협력 대상국 확대, 시범사업 추진, 예산 마련 등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항들이 다행히도 매우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외교부의 노력으로 몽골, 가봉, 우즈베키스탄, UAE와 협약을 체결했고 페루, 모로코와는 체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 20여개국을 우선 협력국으로 정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는 감축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할 시범사업 추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의 속도감을 반감시키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6조2항 양자협력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국과의 상응조정, 즉 온실가스 감축량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국 간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지침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도국은 이를 위한 법령이 부재하고, 등록부 등을 마련할 역량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UNFCCC는 6조2항 사업 준비를 위해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자가 2018년 기업들과 함께 미얀마에서 UN의 CDM(청정개발메커니즘) 사업을 진행할 때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정하려면 땔감 사용량을 절감해 산림의 황폐화를 얼마만큼 방지했는지를 입증해야 했다. 당시 미얀마는 UN에 공식적으로 제출할 수 있는 산림 면적에 대한 통계 구축이 안돼 있어 베이스라인 선정이 어려웠다. 결국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미얀마 산림청과 함께 1여 년간 국가 통계작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사업 지연이 발생했다. 지금 6조2항 사업을 진행하며 발생하는 문제점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도 제도를 준비해 추진하는 상황인데, 개도국 역시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인프라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역량 강화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파리협약 6조8항 비시장 메커니즘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6조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ODA 등을 활용해 지원하는 모든 것이 포함됨을 의미한다.
미얀마 사업은 기업들과 논의해 즉각적인 지원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ODA는 사전에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계획돼 있는, 또는 앞으로 수립할 그린ODA 계획이 국가 NDC달성을 위해 추진하는 국제 감축사업과 전략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발생한, 앞으로 예상되는 개도국들의 어려움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역량강화 지원이 ODA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베트남 정부는 6조2항 추진을 위한 법령 수립을, 우즈베키스탄은 ITMO 잠재량 파악에 대한 지원을 우리 정부 또는 국제사회에 요청하고 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개도국 온실가스 통계 구축 역량지원을 해왔고, 역량강화를 위한 지식공유 사업은 오랫동안 정부가 ODA를 통해 지원해 왔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이런 사업들을 잘 취합하여 국제감축 추진을 위해 협의되고 있는 중점협력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지원해 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국제감축 사업은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해 글로벌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불합리한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깨고 우리와 개도국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개도국의 역량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 그린ODA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