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첫 국제협약인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기후변화대사로 이를 담당했는데, 경험을 설명해달라
▲ 당시 선진국과 개도국의 명시적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자국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기후행동을 취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제시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었다. 그런데 2015년에 누가 우리나라를 개도국으로 보겠는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다섯번째 자동차 최대 수출국이고 세계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나 개도국으로 명시적 분류를 하면 절대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탄소시장이 형성된다면이라는 조건부로 목표를 제시했는데 우리는 조건도 없이 감축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일반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과거에 제시한 것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030년까지 감축목표를 BAU 대비 37%로 제시를 했는데, 힘들었다.
대신 우리가 제시하는 목표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추지 말아야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나중에 국내 법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목표치 달성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면 발목을 잡힌다. 이같은 경험을 엮어 '환경외교의 길을 걸었던 외교관의 기후협상일지'라는 책을 지난 2020년에 출간했다.
-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30)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COP30에서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브라질은 최근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에너지 문제다. 화석연료 사용을 규제하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는 국가들이 있다. 그런 국가들은 당연히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브라질의 나라 특성에 따라 열대림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에는 기후 재원을 더 주는 등의 결정문을 채택하려 할 것이다. 브라질 입장에서는 COP30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기후 외교 선진국임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이 COP에 불참하니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가들이 주도권을 쥐려고 할 것이다.
- 정부는 COP30에서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후배 공무원들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 국제 협상을 할 때는 국익과 국격이라는 관점이 있다. 다들 눈치보면서 적당한 NDC를 제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 나라가 과감한 NDC를 제출하면 잘했다며 박수친다. 덕분에 다른 국가들은 NDC를 덜 높게 제시해도 되겠다 생각한다. NDC를 과감하게 제시하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는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국익에는 문제가 된다. 2035 NDC는 유연성을 확보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수소환원제철이나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이 상용화되면 해당 분야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국제 탄소시장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조건을 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하는데 이들과 절대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 유럽이나 일본은 1990년대부터 탄소감축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2015년 파리협정을 하면서 참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집약적인 산업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 온실가스 감축이 최선의 목표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복지다. 국익이라는 게 무엇이겠는가. 국민이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느냐다. 그걸 누리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행복을 찾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