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철(67·사진) 전 프랑스 대사가 기후변화센터 제6대 이사장을 맡았다. 이 센터는 국내 최초 기후변화 전문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2008년 설립 이후로 고건 전 총리,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한덕수 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이사장을 맡았다. 직전 5대 이사장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이었다. 30여 년을 외교관으로 봉직한 최 전 대사가 바통을 이은 것에 대해 센터는 ‘최적의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부터 외교부에서 환경협력 업무를 담당했고,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의 파리협정 체결 당시 대한민국 대표단 수석대표로 활동한 이력이 미덥다는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국제박람회기구(BIE) 집행위원장을 세 차례 연임한 후 총회 의장을 지내며 국제 인맥을 쌓은 것도 기대를 높인다고 했다.
최 신임 이사장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국내 경제 환경의 악화 등 난제가 돌출한 상황에서 센터를 운용해야 한다. 최근 대면과 서면을 통해 최 이사장을 만나 물었다.
―센터를 앞으로 어떻게 운용하나. "지금까지의 활동 성과를 토대로 청년들의 주도적 기후행동 플랫폼인 클리마투스 칼리지,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해외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개발도상국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2050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전환 활동을 지원하면서 지역 기반 기후환경 시민단체들과의 유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시아 탄소시장 기반을 조성한다는 포부도 있던데.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로 인해 온실가스 감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한국은 국제탄소시장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높다.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 국가 등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탄소시장 구축 이니셔티브를 금년 중에 발족할 예정이다."
―센터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겠다는 목표 달성은 요원한 실정’이라고 했더라.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상승했다고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2억3000만t의 CO2 배출량을 기록했다. 올 2월 말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파리협정 가입국들의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3.0) 제출 시한은 9월로 연기된 상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기후 재난에 대한 세계 공동 대응 전선에 차질이 생겼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미국이 탈퇴한 후 유럽연합(EU)과 중국이 기후외교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강력한 유인책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1기에서 파리협정 탈퇴 땐 미국의 주요 주 정부와 경제계에서 ‘We are still in’이란 구호하에 과감한 기후 목표 설정과 행동을 취했는데, 이번에는 이런 캠페인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 경우엔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비중이 높은 관계로 미국의 조치와 무관하게 꾸준히 저탄소 경로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의 움직임이 우리 기업들에 시간을 벌어주는 측면은 있지만 마음을 놓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제한돼 있는 기업체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적인 감축 기술을 개발, 확산해 나가는 게 좋다."
―우리 경제가 대내외 악재를 맞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요구가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도입,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장기화, 중동분쟁 등과 같은 지정학적 상황과 국내 정치 여건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기업의 우선 순위가 생존에 있는 만큼 기후대응 여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기업들에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 동향을 상세히 공유하고 기업들이 분명한 방향을 갖고 저탄소 사회와 동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시장경쟁력을 상실하거나 기술개발 여력이 부족한 기업, 특히 중소업체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들도 기후 변화 문제에 신경을 쓰는데, 잘하는 사례를 든다면. "상당수 지자체들이 1990년대부터 비교적 활발하게 대응해 왔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도시들은 도시 특성에 맞는 정책을 발굴 시행해 왔다. 제주도의 ‘carbon free island’ 목표, 전남과 전북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충남의 저탄소에너지 전환 전략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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