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럼프 정부는 보조금 지급 중단을 통해 전기차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배출 기준을 완화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우선시한다는 조치였다. 이외에도 연방정부 관할의 풍력 발전 사업 허가를 중단하고, 바이든 정부의 상징적인 입법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IIJA) 기반 예산 배정을 중단했다. 연방정부 기관 중에서는 미국 대외원조의 상징인 USAID와 환경부서인 EPA의 기능과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유엔이 지구 환경의 3대 위기로 선언한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소멸,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의 발전 과정을 보면,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조치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협약 체제의 보편적 참여를 확대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면서,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한국과 같은 주요 개도국들이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17개 주요 경제국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에너지에 관한 주요 경제국 회의체'를 제안·성사시켰다. 이 회의체는 오바마 정부에서 '주요 경제국 포럼(MEF)'으로 확대 발전해 2015년 파리기후협정 체결 과정에서 주요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조치는 196개 회원국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 규칙을 지연 없이 채택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다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다양하다. 대다수 국가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일부 국가는 이를 환영하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는 유럽연합(EU) 내에서도 급진적인 기후·환경 정책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회원국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EU의 '그린 딜(Green Deal)' 정책도 속도를 조절하며 EU 산업의 경쟁력 증진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주요 경제국들도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있어 의욕보다는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보급, 산업 및 발전 부문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적 불안이라는 복합적 어려움 속에 있다. 기후·환경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는 정파를 초월해 국민적 여론을 결집해야 하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가 위기 속에서 혁신의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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